home ColumnPeople
SHARE Twitter Facebook

FASHION IN - BETWEEN SEASON

*2017년부터 제이룩은 퍼스널 쇼퍼 이은정과 함께 달마다 하나의 주제로 쇼핑에 나선다. 가치 있는 명품을 알아보는 법부터 럭셔리 트렌드까지, 최고의 VIP 쇼핑 전문가가 알려주는 스마트 쇼핑 가이드.

언제부턴가 패션계에서 5~6월은 아주 복잡한 시기가 되어버렸다. 이 시기 매장에서는 2017 S/S 정기 컬렉션 제품들이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하는 한편 ‘프리폴(Pre-fall) 컬렉션’ 신상들을 선보인다. 동시에 2017/18년 한겨울을 위한 ‘크루즈 컬렉션’ 쇼가 매체를 통해 소개된다. 기성복 컬렉션은 정기 패션위크인 S/S, F/W 컬렉션에 크루즈와 프리폴 컬렉션이 추가되면서 연 4회로 굳어지는 추세. 이은정 실장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간절기 컬렉션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그 인기가 정규 컬렉션을 능가하기도 하며,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제 6개월마다 한 번 선보이는 컬렉션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어요. 1달이 지나 매장에 왔는데 똑같은 옷이 걸려 있으면 ‘살 게 없다’거나 ‘지루하다’고 여기니까요. 자라나 H&M 같은 SPA 브랜드처럼 럭셔리 브랜드들도 패스트 패션을 선보이는 거죠.”
크루즈와 프리폴 컬렉션의 인기에는 ‘웨어러블’함도 한몫 한다. 정규 컬렉션에 비해 비교적 가볍고 편안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선보이기 때문. 특히 ‘리조트 컬렉션’이라고도 불리는 크루즈 컬렉션은 원래 겨울에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나라로 크루즈 여행을 갈 때 입는 의상으로 ‘겨울에 사는 여름옷’의 용도였지만 요즘은 계절을 훌쩍 뛰어넘는다. “요즘 럭셔리 브랜드 의상의 구매 고객들은 계절을 ‘선택’해서 살아요. 추운 게 싫으면 겨울엔 하와이나 남아프리카, LA 등에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에 가서 다시 여름을 나니 계절 구분이 무의미해졌죠. 또 실내 냉난방 시설도 너무 잘 갖춰져 있잖아요. 한겨울에 모피 안에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고, 한여름에도 아우터가 필요한 세상이죠. 그러다 보니 크루즈 컬렉션은 소재나 아이템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롭게 구성되고 있어요.” 이렇게 계절감은 사라졌지만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환상’만은 크루즈 컬렉션의 정체성으로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아바나, 두바이, 브루클린, 생트로페, 모나코, 서울(!)까지. 그간 쇼가 개최된 장소의 면면만 봐도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 리스트를 보는 듯하다.
그럼 올해 열린 2017/18 크루즈 컬렉션은 어땠을까? 매년 스펙터클한 쇼로 이목을 집중시켜 온 샤넬은 이번엔 파리 그랑팔레의 쿠르베 갤러리를 고대 그리스로 변신시켰다. “디렉터가 바뀌면서 스타일도 따라 변하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샤넬다움’으로 굳건히 왕좌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키는 기둥들 사이로 금빛 월계관을 쓰고 튜닉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그리스 여신처럼 등장했죠.”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미국의 어퍼 라스 버지니스 캐니언 보호 구역에서 광활한 사막과 고대 동굴 벽화 모티브가 그려진 애드벌룬을 배경으로 웨스턴 로맨틱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카우보이의 뉴룩’이랄까? 반면 루이비통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쇼가 열린 곳은 교토 인근 시가라키 산맥의 신비로운 우림에 위치한 미호박물관.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우키요에 판화, 사무라이 갑옷, 기모노, 가부키 등 일본 전통 문화를 거침없이 활용해 반항적이고 강렬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몇 시즌 만에 가장 핫한 디자이너가 돼버린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가장 르네상스적인 장소, 피렌체 피티 궁전의 팔라티나 미술관으로 초대했다. "최근 중동과 남미 국가에 이어 중국 고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그런지, 구찌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에서 레드나 골드의 쓰임이 부쩍 많아지고 화려해졌어요. 저런 화려한 프린트를 어떻게 소화하나 싶은데, 막상 고객에게 입혀보면 쨍하고 예쁘더라고요.”
컬렉션은 늘어났지만 오더는 점점 프라이빗하게 변화하고 있다. “브랜드 최대 VIP들은 컬렉션에 초대받고, 현장에서 선주문을 할 수 있죠. 컬렉션에 참석하지 못했더라도 일정 VIP 고객에겐 시즌 룩북이 전달 되요. 그들에게 매장에 들어오기 몇 달 전에 먼저 주문을 받고 딱 그 수량만 수입하는 식이죠.” VIP들이 모이는 공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옷이 겹치지 않도록 선택한 아이템이 몇 피스나 오더됐는지 체크하는 건 기본.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별로 한 가지 사이즈만 수입하기도 한다. “VIP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행사에서 50개 아이템을 소개했다면 매장에는 절반 정도만 깔리는 거죠. 1년 매출의 사활이 이런 행사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컬렉션이 늘어나고 그 주기가 짧아진 만큼 상품은 다양해지고 희소성은 더 높아졌다. 엄청난 속도전과 동시에 경쟁 속에서 돋보이기 위해 브랜드들은 더욱 압도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선을 사로 잡으려고 각축 중이다. 패션을 사랑하는 일은 점점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지고 있다.

EDITOR 이현정 ASSISTANT 김연주

Credit

Editor

Photo

2017-07-18

이전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