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olumnTravle&Leisure
SHARE Twitter Facebook

STRANGE BUT BEAUTIFUL
트래블 시즌을 맞아 여행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4명의 트렌드세터들에게 ‘나의 베스트 여행지’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낯선 도시로 떠난 이들의 4인 4색 여행기.

SEVEN SISTERS 김한준(포토그래퍼)
그의 본업은 패션 & 뷰티 사진을 찍는 것이지만 사실 여행 사진을 남몰래 사랑한다. 복잡한 런던에서 벗어나 탁 트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세븐 시스터스는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런던의 서쪽에는 거대한 해안 절벽이 자리한다. 일곱 개의 절벽이 우뚝 서 있다는 이유로 세븐 시스터스라 불리는 브라이턴의 대자연이다. 이 절경을 감상하려면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야 한다(요즘은 버스가 절벽 코앞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들을 걷다 보면 갈림길도, 커다란 호수도, 이방인의 존재를 묵인하는 양 떼도, 거친 바람도 만나게 되는데 나처럼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등골에 땀이 흐르는 경험이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소판 같달까. 영원할 것만 같은 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육지가 끝나는 순간이 나타난다. 그 끝은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그곳에 도착하면 주저앉아 거친 숨을 거센 바람으로 달래며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일이다. 홀로 또는 둘이 걷던 사람들은 자갈 해변에 눕거나 앉아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묻지 않았으나 그 사람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음악, 공연, 클럽, 술, 패션 등이 역사라는 토양 위에서 일상적으로 자라나는 런던은 사람의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끌어내 창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도시다. 그리고 그 대도시의 근교인 브라이턴의 세븐 시스터스는 대자연이라는 커다란 보자기로 내가 겪은 런던의 경험들을 한데 묶어주었다. 런던과 브라이턴 여행은 궁합이 잘 맞는 생선과 감자 같다. 그러고 보니 세븐 시스터스 초입에는 꽤 유명한 피시 앤 칩스 맛집도 있다.


CHIANG MAI 한석동(에스티 로더 PR)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여행 및 맛집 정보가 많기로 유명하다. 에디터에게 ‘느긋하게 쉬기만 하다 왔는데’라며 수줍게 보내온 메일엔 치앙마이의 사랑스러운 사진들이 가득했다.

처음 치앙마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일본 영화 <수영장>을 통해서다. 편안한 일상의 행복을 보여준 이 영화의 배경이 치앙마이의 호시하나 빌리지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늘 그곳에 가는 날을 꿈꿔왔던 것 같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쪽, 해발 300m의 고산 지대에 자리해서인지 방콕에 비해 비교적 서늘했다. 우버를 주로 이용했는데 만나는 드라이버들마다 가벼운 영어로 치앙마이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방콕에 비해 차도 막히지 않고 살기 좋은 데다 공기도 좋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치앙마이에는 방콕의 화려함과 첨단의 트렌드 대신 자생적으로 발생한 문화가 있다. 이를테면 오가닉 푸드나 카페 같은 것들. 방콕이 뉴욕이나 서울이라면, 치앙마이는 포틀랜드 같다고나 할까?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카페들이 골목마다 가득하고, 콜드 브루부터 라테 아트·태국식 커피까지 음료를 즐기는 방식도 제법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유기농 식자재를 농장에서부터 레스토랑까지 연계하고 수준급의 플레이팅을 선보이는 곳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치앙마이에서만 느껴지는 여유로움. 우연히 한 숍에 들어갔을 때, 고양이들이 배를 드러내놓고 무방비 상태로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치앙마이의 무드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품위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보타닉 팬트리’ 숍의 오너는 낯가리고 까다로운 나를 무장해제 시킨 사람. 간결하고 예쁜 숍의 모든 걸 혼자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대단하기만 했는데, 그녀 역시 몇 년 전 방콕에서의 복잡한 삶을 피해 치앙마이로 건너와 남편과 함께 작지만 큰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한다. 치앙마이 외곽에서 유기농 채소를 수확하며 지내다 보니 삶의 질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얘기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매년 1월 1일 새로운 결심을 하는 내게 2017년의 결심은 ‘비우는 삶’이었다. 가슴 떨리는 것만 가지고 살아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양손에 라탄 바구니를 가득 들고 있었다. 그냥 나답게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게 치앙마이가 되었든, 서울이 되었든.

EDITOR 이현정 WRITER & PHOTOGRAPHER 김한준, 한석동, 이윤경, 강지혜

Credit

Editor

Photo

2017-06-02

이전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