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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제이룩은 퍼스널 쇼퍼 이은정과 함께 달마다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쇼핑에 나선다. 명품을 알아보는 법부터 럭셔리 트렌드까지, 최고의 VIP 쇼핑 전문가가 알려주는 스마트 쇼핑 팁.

전 세계 최고의 시계 공장들이 모여 있는 스위스 제네바. 째깍째깍 소리만 날 것 같은 이 조용한 도시도 새해가 되면 시끌벅적해진다. 럭셔리 워치가 총출동하는 국제 고급시계박람회인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가 매년 1월 제네바의 팔엑스포에서 개최되기 때문. 수년간 이 행사에 참석한 이은정 실장은 SIHH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SIHH는 그해 새롭게 선보이는 시계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시계 업계가 1년간 판매할 제품을 선주문하는 공간이에요. 최고의 제품을 선점하기 위해 바이어와 딜러가 경쟁하는 장이기도 하죠. 최고를 자부하는 시계 브랜드들은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한 전시 부스와 함께 VIP룸을 갖춰놓고 현장에서 계약을 체결합니다. 올해도 1월 16일 행사를 앞두고 14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제네바발 비행기 안에서 명품 시계 브랜드 매니저부터 백화점의 매입 MD까지 많은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어요.” 올해로 10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시계보석박람회 바젤월드가 입장권을 구입하면 누구나 관람 가능한 것과 달리, SIHH는 27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시계 브랜드 마케터·VVIP 고객·딜러·바이어·프레스 등 초대된 사람만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엄격한 예약제로만 진행한다(다만 올해는 전시회 마지막 날 하루를 퍼블릭 데이로 정하고 유료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대신 이들에겐 호텔급의 다양한 식사와 드링크류, 이동을 위한 셔틀버스까지 모두 무료로 서비스되는 것이 특징. “바젤월드가 4성급 호텔이라면 SIHH는 5~6성급 호텔 같은 느낌이죠. SIHH 기간에는 제네바의 최고급 호텔들이 전부 풀 부킹인 건 물론이고, 레스토랑도 몇 주 전부터 메뉴까지 골라 예약과 선지불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예요.” 이번 SIHH 2017에는 리치몬트 그룹을 중심으로 까르띠에, 랑에 운트 죄네,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쿨트르, IWC 샤프하우젠, 피아제, 반클리프 아펠, 오데마 피게, 리차드 밀, 로저드뷔 등과 함께 케링 그룹의 율리스 나르덴, 지라드 페리고를 포함한 17개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참여했다. 여기에 HYT, 로랑 페리에, 크리스토프 클라레, 그뢴펠트, MB&F, 우르베르크, 오틀랑스 등 13개의 독립 시계 브랜드까지 총30개의 브랜드가 새로운 시계를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시계, 여자를 위해 진화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부쩍 다양해진 여성 시계였어요. 최근 컴플리케이션 워치(Complication Watch)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컬렉션도 늘었죠.” 컴플리케이션 워치란 무브먼트에 고난도의 특별한 기능을 더한 시계를 말한다. 향후 수백 년간의 월과 요일이 계산돼 표시되는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 지구의 중력에 의해 생기는 오차를 막아주는 투르비용(Tourbillon), 달의 변화가 표시되는 문 페이즈(Moon Phase), 두 개의 시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Split Second Chronograph), 두 나라 이상의 시간을 동시에 나타내주는 월드 타임(World Time) 등이 바로 그것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Grand Complication)은 이런 컴플레이션 기능이 최소 2개 이상 탑재된 시계를 뜻한다. “요즘은 시계를 사러 온 여성 고객 중에서 나도 투르비용! 이라고 외치는 분들이 많아요. 투르비용 워치는 내부 부품이 많아 두껍고 무거운 데다 가격도 기본 1억원대부터 시작하죠. 예물 시계를 구매할 때도 예거 르쿨트르 문 페이즈처럼 구체적으로 정하고 오는 분들이 많아졌고요. 화려한 주얼리 워치 일색이던 예전보다 원하는 브랜드나 선호하는 컴플리케이션 기능이 훨씬 더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죠.” 이번 SIHH에서 다수의 여성용 워치를 선보인 브랜드는 단연 예거 르쿨트르. 레이디 워치 컬렉션인 랑데부 나잇&데이 라인으로는 페이스 하단의 낮밤 인디케이터(Indicator)에 해와 달로 사랑스러움을 더한 38.2mm 라지 사이즈를 출시했다. 핑크 골드로 제작된 랑데부 문 워치에는 985년에 한 번만 조정하면 되는 문 페이즈가 장착되었고,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이 돋보이는 랑데부 셀레스티얼에는 북극 오로라에서 영감받은 별자리 천체도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IWC 샤프하우젠은 새로운 시계 애호가인 여성들을 겨냥해 클래식한 디자인의 다 빈치 오토매틱 36과 문 페이즈 36을 야심차게 소개했다. 1985년 다 빈치 컬렉션의 아이코닉한 라운드 케이스에 현대적인 심플함을 더한 것이 특징. 특히 다크 블루 다이얼과 악어가죽 스트랩의 다 빈치 오토매틱 36 IW458312 모델은 샤프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예전에는 여성용 시계 하면 다이얼에 머더오브펄(Mother of Pearl)이나 여성스러운 패턴을 그려 넣은 게 인기였는데, 요즘은 모던한 느낌의 블루 컬러 다이얼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모든 여성용 시계가 이렇게 미니멀해진 것은 아니다. 짙고 균일한 레드 컬러의 모잠비크 루비가 유려한 곡선을 따라 흐르며 매혹적인 광택을 내뿜는 까르띠에의 트레 데끌라 워치는 무려 24.93캐럿, 15개의 루비로 시선을 압도했다. 보다 시적이고 예술적으로 접근한 브랜드는 반클리프 아펠. 동식물을 모티브로 독창적인 피스들을 선보이는 반클리프 아펠은 레이디 아펠 빠삐옹 오토메이트를 출시하며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와 블루 & 모브 컬러 사파이어로 장식된 다이얼 안에서는 좌측의 꽃 위에 살포시 앉은 나비가 우아하게 날갯짓을 한다. 손목에 차고 있으면 30분 동안 파워 리저브(Power Reserve)에 따라 19번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 “불꽃으로 그려진 작품도 있죠. 까르띠에 롱드 루이 까르띠에 XL 플레임 골드 430 mc 칼리버의 다이얼에 그려진 판다(Panther)는 워치메이킹 역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플레임(Flame) 골드 기법으로 연출됐어요. 골드 플레이트를 가열했을 때 가장 높은 온도에서는 블루, 가장 낮은 온도에서는 베이지 컬러를 띠는 것에서 착안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조로 표범의 얼룩무늬를 그려 넣었죠.”
클래식은 영원하다
또 다른 트렌드는 대표 빈티지 에디션의 화려한 귀환을 꼽을 수 있다. 오데마 피게에서는 레이디 로열 오크 출시 40주년을 맞아 레이디 로열 오크 프로스티드 골드 모델을 새롭게 내놓았다. 마치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듯 브레이슬릿 표면이 독특하고 섬세하게 빛나는데, 다이아몬드가 달린 도구로 골드 소재의 표면을 일일이 두드려 만든 것이다. 덕분에 기존 로열 오크의 아이코닉한 팔각형 스포츠 워치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우아하고 시크한 느낌이 더해졌다. “예전의 오데마 피게는 다소 와일드한 편이었는데 이번엔 여심을 제대로 공략한 것 같아요.” 피아제에서는 알티플라노 60주년을 기념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알티플라노는 1957년 울트라 신 무브먼트와 순수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워치메이킹 역사의 새 장을 연 주역이다. 그 60주년 기념 컬렉션으로 선보인 미드나잇 블루 다이얼 43mm는 전 세계에 360개만 한정 생산되는 제품. 국제적인 엘리트를 위한 시계를 지향했던 1960년대 광고 카피처럼 3mm 두께의 클래식 워치는 지적이면서도 정제된 룩을 완성해 준다. 한편 이번 SIHH 2017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자랑한 까르띠에는 전시장 외부 쇼윈도를 모두 판다로 채우기도 했다. 가장 레트로한 디자인을 선보인 것은 몽블랑. “최근 시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몽블랑은 1930년대 미네르바 매뉴팩처에서 제작된 역사적인 디자인 코드를 살려 몽블랑 1858 컬렉션 브론즈를 선보였어요. 특히 1858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리미티드 에디션은 100점 한정 모델로, 브론즈 케이스에 샴페인 컬러 다이얼과 야광 아라비아 숫자 및 코냑 컬러 악어가죽을 더해 복고풍 시계의 매력을 한껏 살렸죠.” 이와 함께 지난해 창립 225주년을 맞았던 지라드 페리고는 기존 1966 컬렉션에 24개 도시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월드 타이머 기능을 추가한 1966 WW.TC를 선보였다. 파네라이는 1930년대 말 라디오미르 라인의 12각 베젤과 야광 인덱스 디테일을 살린 라디오미르 194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2mm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첨단 기술의 집약,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
최근 워치 마켓의 성장은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대한 남성 고객들의 관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미 완벽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이 있는데, 단지 시간만을 알려주는 시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전면에 무브먼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스켈레톤(Skeleton) 워치는 심지어 시곗바늘이 잘 보이지도 않아요! 스톱 워치 혹은 알람이 필요해서 크로노그래프나 미니트 리피터(Minute Repeater) 기능이 탑재된 시계를 사는 게 아니죠. 현재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의 미니트 리피터는 해머가 공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데, 작은 시계 안에서 시계탑의 종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나도록 구현하는 게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에요. 브랜드마다 타종 방식도, 소리도 달라요. 정말 잘 만들어진 미니트 리피터는 듣는 순간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죠. 이런 제품은 보통 3억원대부터 시작해요. 소리가 맑고 예쁠수록 더 억 소리가 나죠.” 이런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인기는 그 기술력과 장인 정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시계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경제력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남자들이 외적으로 자기를 나타내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적이에요. 차와 시계 정도인데, 차는 보여주는 공간에 한계가 있잖아요. 보관이나 관리도 쉽지 않고요. 시계는 그런 면에서 거의 제약이 없죠.” 이런 남심을 저격하는 시계가 바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라는 말씀.
SIHH 2017에서 가장 주목받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는 무려 23가지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자랑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셀레스티아 애스트로노미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3600이다. 2015년에 이미 57개의 컴플리케이션으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워치를 선보였던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번엔 우주를 손목 위로 옮겼다. “시계 앞면에는 날짜, 계절, 퍼페추얼 캘린더, 문 페이즈, 낮과 밤, 조류 , 일출·일몰 시간 등이 표시되고, 뒷면에는 은하수가 표시된 북반구의 천체도와 천체시, 투르비용 등이 담겼어요. 총 514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두께가 8.7mm에 불과할 뿐 아니라, 21일의 파워 리저브 기능까지 갖췄죠. 한 명의 장인이 5년에 걸쳐 단 한 피스만 제작하는 이 시계는 10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SIHH 기간에 이미 판매가 완료되었답니다.” 컴플리케이션 워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로저드뷔에선 항공 및 천문 분야에 활용되는 마이크로 멜트 공법(합금을 녹이고 원자화해 미세한 분말로 바꾸는 방법)으로 탄생한 코발트 크롬 케이스를 장착한 엑스칼리버 콰토르 코발트를 내놓았다. 항알레르기 소재로 부식에 강하고 내구성이 높을 뿐 아니라 4개의 투르비용을 탑재한 이 시계는 전 세계 단 8개만 생산됐다. 신소재를 도입한 곳으로는 리차드 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RM 50-03 맥라렌 F1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크로노그래프. F1 머신 제조사로 유명한 맥라렌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마스터피스의 무게는 스트랩까지 포함해도 40g을 넘지 않는다. 강철보다 6배 가볍고 200배 단단하다는 나노 소재 그라핀을 탄소 TPT™에 주입해 만든 신소재가 적용됐다. “까르띠에의 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니트 리피터 미스터리 더블 투르비용도 놀라운 제품이었어요. 투르비용 부분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마치 메커니즘이 붕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주는 미스터리 인디케이터도 놀라웠지만, 더 좋았던 건 미니트 리피터의 소리였죠. 6시 방향의 해머 두 개가 강화 스틸 소재의 공을 울려 정말 맑고 영롱한 종소리를 내더라고요. 이 제품은 전 세계에 50개 한정 제작됐죠.” 몽블랑의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엑소 투르비용 라트라팡테 리미티드 에디션 8은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이 가독성 있게 배치된 게 특징. 이은정 실장은 이런 스켈레톤이나 투르비용 워치의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며 이렇게 시계의 매력에 반하면 헤어나오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SIHH 2017에 전시된 시계들은 국내에도 순차적으로 소개될 예정. 관심 가는 모델이 있다면 늦기 전에 브랜드에 문의해 보라. 열정적인 시계 마니아들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니까!

EDITO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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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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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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