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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삶은 기적이다>(life is a miracle, 2004)는 1992년에 일어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넘치는 해학과 유머를 통해 고통 속으로 내몰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흐르던 피가 굳고 딱지가 앉은 상처에서 돋아난 새살은 주변의 것보다 유독 희고 말랑거리기 마련. 세르비아와 보스니아가 그렇다. 두 나라는 이제 막 마음을 추스르고 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상처를 덮은 제 몸 구석구석의 새살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가만히 내보인다.
세르비아는 가진 게 많다.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굳건히 지켜낸 세르비아 정교회의 유물들, 깊고 그윽한 골리아 산세와 도나우 강 지류인 티서 강 주변으로 뻗은 대평원의 자연 환경,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 지배 시절의 문화유산, 맛있는 음식까지 다양한 매력을 야무지게 갖췄다. 수도 베오그라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봐야 할 곳. 제 나름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지닌 미남 미녀가 가득하고, 오래된 골목의 아기자기함을 쫓다 보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성곽의 요새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잔잔하게 흐르는 도나우 강변에서의 여유도 놓치지 말자. 강바람을 맞으며, 이 아름다운 나라가 얼마나 멋지게 성장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보스니아는 세르비아에 비해 다양한 문화가 빛난다.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이슬람교, 가톨릭, 세르비아 정교, 유대교를 믿으며 산다. 덕분에 ‘민족과 종교의 모자이크’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보스니아의 다문화는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며 여행자를 유혹한다. 수도 사라예보의 구시가지는 이스탄불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서남쪽 코니츠의 산마루에 우뚝 선 푸른 모스크에서 발산되는 이슬람 정취는 크로아티아와 가까운 모스타르에서 자연스럽게 가톨릭과 세르비아 정교로 연결된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됐다고 해서 덜 여문 것들이 조랑조랑 모인 게 아니다. 험준한 산세를 굽이 돌아 달리면 세계 3대 가톨릭 성지인 메주고리예가, 또다시 산허리에 내려앉은 안갯속을 달리면 가장 오래된 세르비아 정교회가 있는 트레비네가 나타나는 식이다. 굵직한 것들이 모여 있으니, 세르비아로서는 보스니아를 욕심내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터. 전쟁 후 보스니아 내의 민족 간 불화도 심해졌다. 한때는 문화와 종교가 달라도 도란도란 함께 행복했단다. 그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니콜라 부비에가 글을 쓰고 티에리 베르네가 그림을 그린 여행서 『세상의 용도』를 참고하길. 1950년, 두 나라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이었던 당시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니말이다.

Editor 김강숙 WritEr & photographer 문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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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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